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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매립지에서 억새 축제를 열기까지
  • 작성일2023/07/06 16:36
  • 조회 140

님비에서 핌비로··· 쓰레기 매립지의 새로운 변신

 

[환경일보] 난초와 지초를 아우르는 의미인 ‘난지’도는 철 따라 온갖 난초와 꽃들이 만발해 꽃섬이라 불리기도 했다. 또한 맑고 깨끗한 수질 덕에 새들의 먹이가 되는 수생 동식물 또한 풍부해 겨울이면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날아드는 자연의 보고였다.

하지만 1978년 3월, 난지도는 서울시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되면서 죽음의 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제적인 매립장의 일반 높이인 45m까지 매립할 계획이었으나, 새로운 수도권매립지의 건설이 늦어져 계속 쌓아가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95m 높이의 쓰레기 산이 2개나 생겨났다.

자연의 보고 꽃섬에서 죽음의 땅으로,
다시 생명의 땅으로 복원한 ‘난지도’

쓰레기 반입이 중단된 1993년 이후 메탄가스와 침출수 등으로 환경이 악화돼 생물이 살기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여겨졌다. 난지도 복원의 기본 원칙은 “쌓인 쓰레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환경을 복원한다”는 것이다. 버려진 땅 난지도를 되살리고 친환경적인 공원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키기 위한 ‘안정화 공사’는 침출수 처리, 상부 복토, 매립가스 처리, 사면안정 처리로 총 4단계로 진행됐다.

 

침출수 집수정 안내판.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발생되는 침출수를 처리하기 위한 집수정이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침출수 집수정 안내판.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발생되는 침출수를 처리하기 위한 집수정이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첫 번째 단계인 침출수 처리를 위해 매립지 주변 지하에 깊이 17~56m, 길이 6017m의 차수벽을 설치하고 차수벽 안쪽으로는 200m 간격으로 집수정 31개소를 설치했다. 집수정에 모인 침출수는 안전하게 처리돼 한강으로 방류되고 있다. 난지도 생태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보면 공원 초입부에서 침출수 집수정을 볼 수 있었다.

 

매립가스 이송관로. 뽑아낸 매립가스를 이송관을 이용해 포집한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매립가스 이송관로. 뽑아낸 매립가스를 이송관을 이용해 포집한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두 번째 단계로 매립가스 처리를 위해 난지도 생태공원의 하늘, 노을공원 상부와 비탈면에 120m 간격으로 매립가스를 뽑아낼 수 있는 포집정과 매립가스를 포집하는 이송관을 설치했다. 이 가스를 보일러 연료로 사용해 난방열로 만들어 인근 지역의 아파트와 월드컵 경기장 등의 건물에 공급하고 있다.

 

통나무 경사로. 난지도 생태공원 곳곳에 설치돼 있어 동물들의 이동을 돕는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통나무 경사로. 난지도 생태공원 곳곳에 설치돼 있어 동물들의 이동을 돕는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세 번째와 마지막 단계인 상부복토, 사면안정화 공사를 통해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을, 쓰레기 산의 경사진 면을 완만하게 조정해 야생동물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환경을 조성했다. 난지도 생태공원 곳곳에는 동물들의 이동을 돕는 통나무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이로써 쓰레기 매립지에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은빛 억새, 향기로운 코스모스로 가득 찬 ‘난지도’

 

지난 10월 열린 서울억새축제 현장. 억새와 코스모스로 뒤덮인 난지도 생태공원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지난 10월 열린 서울억새축제 현장. 억새와 코스모스로 뒤덮인 난지도 생태공원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10월 14일부터 10월 20일까지 난지도 하늘공원에서 열린 제22회 서울억새축제에서 다시 돌아온 꽃섬, 난지도의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공원을 휘덮고 있는 은빛 억새와 코스모스는 장관이었다. 그와 동시에 지금 밟고 있는 땅 밑에 쓰레기가 매립돼 있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였다. 쓰레기 매립지 사용 종료 후 난지도 생태공원처럼 조성할 수 있다면 쓰레기 매립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도 충분히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 인천을 비롯해 경기, 서울 등 수도권 주민들의 생활폐기물을 대부분 처리하고 있는 곳은 수도권 매립지다. 하지만 수도권 매립지는 2025년에 사용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매립지의 조성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2021년 1월 14일부터 90일간 수도권 대체매립지 입지 후보지를 공모한 결과 응모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으며, 특별 지원금 2500억원을 내거는 파격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공모는 불발됐다.

2023년 11월, 아직도 대체 매립지를 찾기 위한 논의는 공회전 중이다. 쓰레기 매립지에서 가을 명소로 거듭난 난지도 매립지의 사례를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매립지 사용 종료 후 그 지역에 맞는 공원을 잘 가꾼다면 제2의 난지도 생태공원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쓰레기 매립지가 사람들에게 ‘NIMBY(님비, Not In My Back Yard)’가 아니라 ‘PIMFY(핌비, Please In My Front Yard)‘가 되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